http://en.wikipedia.org/wiki/Scrum_(development)
Wikipedia: Scrum (Software Development Process)
도시 전설의 시작
Storyberry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스크럼을 도입할 기회가 있었다. 김창준님의 애자일 블로그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고, 박PD 형님의 <스크럼>을 통해 익히며 수많은 사례와 그 효용성에 대한 칭송을 몇 백 페이지의 문서와 책을 통해 습득했으니, 당연히 써 볼 생각이 들 수 밖에…
사실 논리적으로도 합당해보였다. 매일 매일 업무를 체크하고, 문제점을 공유하고,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고정된 축을 가지고 프로세스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은 정말 찬란하기 그지없었다. 그 어떤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결국 Scrum Process를 적용해 본 경험이 있던 CTO님과 개발/기획팀 한정으로 Scrum Document를 작성하기로 결정했고, 그 날부터 바로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연이어 자잘한 삽질들, 문제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모두가 합심하여 작은 부분부터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문제 발생에 대한 변명은 필요없었다. 모두들 알고 있고 인정하던 문제들이었으니. =)
성과는 굉장히 빠르게 눈 앞에 나타났으며, 약속(?)한대로 우리는 30일의 Sprint를 안정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오차 범위도 책에서 이야기한 수준 안에 머물렀다. (정확한 값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성과가 심각할 정도로 잘 나타난 부분도 있었다.)
여기까지는 전형적인 스크럼 도시 전설의 일부라고도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강력한 성과를 보여주는 스크럼의 실상은, 우리가 놓치고 있던 Human Resource의 특징을 노골적으로 짚어낸, 재밌는 트릭이었다.
3단계의 장치
현재 굴리고 있는 조직에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경우, 스크럼이라는 무기를 사용해볼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변화에 대한 적응을 시도하기 위해 감정의 문을 열게 되고, 가장 첫번째 트리거를 작동시킨다.
스크럼 프로세스의 밑바닥에는, Humiliation(굴욕감)과 Vanity(자만심)이라는 핵심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이 두가지의 적절한 조합으로 사람들은 굉장히 강렬한 자극을 받게 되고, 그로 인해 동기 부여 – 혹은 낙오하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마음을 다잡고 As-is, To do List를 나름대로 열심히 작성한 후, 약 일주일 동안 잘 적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내가 작업을 끝내기로 한 기한(Due)이 찾아온다. 오전 10시에 다들 모여 스크럼 미팅을 시작하는 순간, 난감함이 교차한다. ‘아! 어제 술 안먹고 했으면 끝냈을텐데…’
변명을 해봤자 의미도 없고, 너무나 큰 폭탄을 들고있다는 압박감으로 인해 당사자는 머뭇거리며 고해성사를 시작한다. 이 때, 문제의 중심에 위치한 사람들은 끔찍하리만큼 커다란 굴욕감과 압박을 받게 된다.
하지만 스크럼의 특성 상, 이로 인한 처벌은 없기 때문에 일정의 변경이나 딜레이, 또는 일을 빨리 끝내 시간이 남는 인력들의 도움으로 해당 업무를 분산처리/고집중하도록 지시받는다. 바로 두번째 트리거가 작동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압박감을 그대로 지녔지만 문제 해결의 여지를 양 손에 쥐고있는 당사자들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뽐내며(?) 작업을 끝내게 되고, 재(再)약속시 예상했던 시점보다 더욱 빨리 끝낸다. 그 다음날 스크럼 회의에서는 자신의 성공을 짧고 간결하게 언급하고, 주변 인물들은 칭찬과 박수로 그 사람의 행적을 치켜세운다. 바로 자만/자부심이 나타나는 시점이다. 감정의 폭포를 느낀 사람들은 이런 행위에 중독되기 시작하고, 작업의 성과를 더욱 높이기 위해 노력하게 되면서 스크럼의 노예(?)가 되는 것이다.
결국 스크럼 프로세스는 이런 감정적인 자극을 통해 업무에 몰입하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가게 되어, 수많은 도시 전설과 사례를 낳은 것이다.
별첨
이 대목에서 재밌는 점은, 관리가 철저하고 자가 혁신이 이루어지는 조직들은, 꼭 스크럼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뛰어난 성과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위의 감정적인 트릭이 이루어지지 않을 정도로 무디거나, 이미 곪아버린 조직은 위와 같은 작전을 수행해도 아무런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많은 실패 사례를 통해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사실 위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인간성을 이용한 트릭으로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가고, 스스로 만족감을 찾아나아가는 과정은 매우 인상적이었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만약 Scrum을 도입할 생각이 있거나, 효용성에 대해 의심이 간다면, 위의 절차를 밟아 한번쯤 시도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
3 Comments
제가 느끼고 하고 싶은 말이 너무 잘 정리되어 있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주제에서 약간 벗어날 수도 있지만.
“담배를 피는 사람들 끼리는 일하기가 좋다” 라는 (머 제가 약간 지어낸 느낌도 있지만) 말이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팀 구성원 간 대화의 필요성인 것 같습니다.
향후 프로젝트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문제도 초기 시점에 – 특히 사람간의 – 약간의 대화만으로도 진압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크럼의 아침 미팅 (용어는 잘..)으로 팀원 간의 대화를 유도하는 것은 프로젝트의 문제들을 조기 진압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것 처럼 금전이나 인사적인 상벌이 아닌 자기 자신의 상벌 또한 값싸지만 아주 효과적인 method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글 잘 읽고 갑니다~
‘담배를 피는 사람’을 ‘던파를 하는 사람’으로 순간 잘못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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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dead의 알림…
내가 느낀 Scrum, 조만간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Scrum Process 위에서 굴릴 생각입니다. 수동적인 사람들에겐 정말 (여러모로) 의미있는 방법론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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